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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2023-11-22
2028 대입개편안이 발표됐다. 수능은 현행대로 9등급 상대 평가, 내신은 1~3학년 모두 5등급 상대 평가로 대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큰 틀이다. 또한, 수능에서는 ‘선택과목’을 없애고 국어·수학·영어·한국사·사회탐구·과학탐구를 모두 공통으로 보겠다고 발표했다(수학의 경우 ‘심화 수학’을 선택과목으로 제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다른 과목에 비해 국어는 학습량에 있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법(언어)’ 부분이 필수가 됐다는 것만 염두에 둔다면 비슷한 방향으로 준비하게 될 것 같다.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 파트를 꾸준히 공부해 가면 되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 초·중등 학생들의 책읽기,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대입에 연관된 수업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중학생 시기는 결코 수능과 멀지 않다. 이전의 고등학생 지도 경험을 돌아보고 수능 및 내신 문항들을 분석하며, 현재 만나고 있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고등 국어와 수능에 준비된 실력으로 자라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고등학생 시기에 집중적으로 독해력을 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초등, 중등 시기에 탄탄한 기초 독서력을 준비할 수만 있다면 고등학교에 가서 견고한 토대 위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토대를 갖추기 위해 중학교 시기에는 어떻게 독서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까?
첫째, ‘스킵하며 읽기’는 절대 금물이다. 스킵하며 전체를 훑어보는 것보다는 소단원 1~2개를 읽더라도 정독해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는 방향을 추천한다. ‘스킵’을 한다는 것은 덜 중요한 정보나 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건너뛴다는 의미다. 독서도 습관이기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자꾸 건너뛰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 이후 꼼꼼하게 사고하며 읽는 것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둘째, 인문(철학, 역사), 사회(경제, 정치, 법), 과학 등의 도서를 차근히 읽으며, 각 분야의 기본 개념과 어휘를 깊이 있게 익혀 두는 것이 좋다. ‘기본 개념’을 제대로 알아둔다는 것은 이후 학습에 있어서 굉장한 힘이 된다. 예를 들어 ‘환율’이라는 개념을 접했다면 ‘자기 나라 돈과 다른 나라 돈의 교환 비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환율의 상승과 하락이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로 인해 일어난 사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으로 깊이 이해하는 것이 좋다.
셋째,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해석’이 필요하다. 한 부분에 대한 생각이든 전체 주제에 대한 생각이든, 나름의 해석을 해 가며 나만의 생각을 완성해 나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2028 대입개편안을 보면 수능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긴 하나, 수시, 정시 중 어떤 것을 택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세특(세부능력 및 특별사항)’란을 의미 있는 내용으로 채우는 것, 논술 평가에서 보일 수 있는 깊이 있는 해석력을 기르는 것은 중등 때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조금 공부를 잘하고, 독서 역시 꽤 잘해주는 편이라면, ‘이 내용이 내게 필요한 것이다’, ‘이 내용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다’라는 인식을 가지길 권한다.법령의 조문은 대개 ‘A에 해당하면 B를 해야 한다.’처럼 요건과 효과로 구성된 조건문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그 요건이나 효과가 항상 일의적인 것은 아니다. 법조문에는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야 그 상황에 맞는 진정한 의미가 파악되는 불확정 개념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간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에서 불확정 개념이 사용된 예로 ‘손해 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는 조문을 들 수 있다. 이때 법원은 요건과 효과를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다. 손해 배상 예정액은 위약금의 일종이며, 계약 위반에 대한 제재인 위약벌도 위약금에 속한다. 위약금의 성격이 둘 중 무엇인지 증명되지 못하면 손해 배상 예정액으로 다루어진다.(2023수능 10~13번 지문)예를 들어 위와 같은 글을 읽는다고 생각해 보자.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읽는다면 이해의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다. 빨리 읽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오히려 눈에 잘 안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더 집중하고,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법이란 내가 언제라도 접하게 될 수 있는, 내 삶 가까이에 있는 것’, ‘이 글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면 사회를 인식하는 힘이 깊고 넓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읽는 깊이와 집중도가 달라진다. ‘빨리 읽어내고 문제 풀어야지’라는 마음이었을 때는 읽히지 않던, ‘글 이면의 논리적 흐름’까지도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 평소 관심사였든 아니든, ‘내가 살아가며 접하게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가 독해력을 도약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책에 대한 접근 태도는, 그 누구도 길러주기 어렵다. 스스로가 느끼고 깨우치며 연습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책읽기에 대한 이 같은 태도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분들에 관심을 가지고 성숙한 사고를 가지는 구성원으로 준비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출처:손지혜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삼성교육센터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