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 이후로는 학습의 기틀을 잡는 중요한 시기로, 자녀 못지않게 ‘학부모’로서 부모의 고민도 커지는 때. 그러나 학습과 입시는 길게는 10여 년에 이르는 장기전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오래 호흡을 맞춰 가려면 당장의 시험보다 멀리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에 <에듀동아>가 겨울방학을 앞두고 초중등 자녀의 학습 지도에 대해 고민하는 학부모를 위한 콘텐츠를 연재합니다. 달라진 교육환경 속 자녀의 학습 코칭이 고민이라면 에듀동아와 함께 올바른 방향을 고민해 보세요.》

동아일보 DB

입시는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초중생에게도 입시의 세계가 있다. 중학교에는 국제중과 예술중이 있고, 고교 급에는 일반고 외에도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와 영재학교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대안학교나 홈스쿨링 후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비율도 예전보다 높아졌다.

 물론 중·고교 입시는 선택의 문제다. 입시라는 고단한 과정에 애써 먼저 발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면 굳이 택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입시라는 과정을 통해 학생 자신 혹은 내 자녀에게 적합한 학교가 어디인지를 고민해 보는 경험은 장차 대입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자녀와 함께 고입을 경험한 학부모와 그렇지 않은 학부모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대한 이해도부터가 다르다. 자녀가 고입을 치른 경우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가입하지 않은 학부모는 거의 없다. 고입의 필수 서류로 학생부Ⅱ가 포함되어 있는데, 가정에서 이 서류를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이 나이스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입을 치르지 않고 일반적인 과정에 따라 고교로 진학한 경우 학부모의 나이스 가입률은 크게 떨어진다.

 중·고교의 학생부는 상급 학교 진학의 필수 서류다. 중학교 학생부가 고교 입시의 기본 서류이듯, 고등학교 학생부는 대학 입시의 기본 서류다. 고입을 통해 한 발짝 먼저 입시를 경험한 학부모는 학생부를 ‘입시’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고입은 학생에게도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 고입을 생각하는 순간 학생은 필연적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어서다.

 입학을 위해 일정한 단계를 거쳐야만 하는 영재학교,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의 특수목적고, 자율고 등은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이들 학교에는 일반고와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설립목적이 있다. 여기서 학생은 고입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각 학교가 자신의 진로 성향에 맞는 학교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신이 각 학교의 설립 목적에 맞는 학생이라는 것을 증명해 내는 과정이 곧 입시이기 때문이다.

 고입의 이점이 바로 이것이다. 학생은 고입을 준비하는 과정의 하나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이는 아무런 과정 없이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에겐 없는 단계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가졌다는 점만으로도 고입을 치러본 학생은 남들보다 앞선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다.

 
○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 학종 모의고사 격

고입을 치른 학생이라면 대부분 학생부의 중요성과 함께 학생부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 경험은 대학 입시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된다.

 대입의 학생부종합전형은 고입의 자기주도학습전형과 많은 측면에서 궤를 같이 한다. 두 전형 모두 입학사정관제라는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 강조하는 자기주도성은 학생부종합전형의 발전가능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 학업수행과정을 중요하게 살피듯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학업역량을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고입을 치른 학생은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의 모의고사를 경험한 것이나 다름없다.

진로 탐색 노력을 가치 있게 평가하는 고교학점제 하에선 학생부종합전형의 영향력 역시 여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학생부종합전형이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 학생부의 중요성과 가치를 바로 아는 것 또한 그 자체로 입시의 큰 자산이다. 
출처: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11231094530357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