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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2024-05-02
1차 지필고사를 마쳤거나 곧 마칠 이때쯤이면 수행평가가 쏟아질 시점이다. 1차 지필고사를 치르지 않은 과목의 경우, 교육과정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측정하는 수행평가일 수 있다. 그러나 대체로 학생부 특기사항 기재를 염두에 둔 수행평가가 다수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피해 가기 어려운 고교생들에게는 수행평가가 주제 탐구라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학생부 특기사항을 위한 탐구 주제를 어떻게 선정하고, 이 주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 탐구의 대상과 주제
수행평가는 학교에서 직접 작성해야 하므로 사전에 주제가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찬가지로 발표나 카드 뉴스와 같은 매체 제작의 경우 주제가 제시되기도 한다. 이때 주어진 ‘주제’를 정말 주제로 삼아야 할지 아니면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기술이 의식주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주어진다면 이것을 ‘주제’로 삼아야 할까, ‘대상’으로 삼아야 할까? 주제는 발표문이든 보고서든, 아니면 또 다른 매체이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이다. 즉 ‘기술이 의식주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주제가 되면 참으로 밋밋한 탐구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탐구라기보다는 단순한 조사에 불과하게 된다.
‘나일론의 발명으로 나일론 스타킹이 만들어졌고 여성의 의복에 영향을 미쳤습니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시된 바를 대상으로 삼으면 ‘기술이 의식주 문제를 해결한 사례’ 중 하나를 찾아서 그 사례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구성하게 된다.
예를 들면 하나의 사례로 하버-보슈법을 찾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인공적 질소 고정 공법이 개발된 이후 질소 비료 생산량과 세계 농업 생산량의 변화, 그리고 인구수 변화를 연도별로 비교해 볼 수 있다. 탐구의 주제는 ‘하버-보슈법 개발 이후 20세기 질소 비료 생산량, 농업 생산량, 인구수 변화의 상관관계’가 된다. 이렇게 주제가 결정되면 실제로 이 세 가지의 통계를 찾아서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직접 비교해 봐야 한다. 이런 것이 탐구이다.
◇ 탐구 대상에서 탐구 주제 선정하기
하버-보슈법으로 계속 얘기해 보자. 기술이 인류의 의식주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하버-보슈법을 선택했다면, 우선 이 기술에 대해서 알아봐야 한다.
정보를 먼저 정리한 후에 무엇을 주제로 삼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하버-보슈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지 정리한다. 암모니아를 생산하기 위한 재료인 질소와 수소는 어떻게 구하고, 이 재료를 어떤 조건에서 암모니아로 합성하고 등등 과학적 원리를 파악한다. 이 기술이 개발된 당시 사회적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질소 비료가 농업 생산성 향상에 필요하다는 것은 언제 알게 되었는지, 하버-보슈법이 상용화는 언제 되었는지, 상용화 이후 질소 비료 생산량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등 이 기술과 관련한 사회적 배경과 변화를 찾아본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수고를 한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주제’를 선정하고자 한다면 모아 놓은 정보를 바탕으로 핵심적으로 전달한다면 가치가 있는 내용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애초에 주어진 주문은 ‘의식주 문제를 해결한 기술 사례’이고, 하버-보슈법은 질소 비료 생산의 원료인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기술이므로 이 기술이 식량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기술로 해결한 인류의 식량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증가하는 인구에게 필요한 식량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지가 문제일 것이다. 그러면 질소 비료 생산량, 농업 생산량, 인구수 변화와 함께 1인당 농업 생산량이 1인당 필요한 영양소(특히 탄수화물)에 비해 어떠한지 따져 볼 수 있다. 그래서 정말 이 기술이 인류의 식량 문제 해결에 기여했는지 증명할 수 있게 된다.
더 파고든다면 세계 기아 인구수의 변화까지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따져보면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전체 통계로 보면 질소 비료로 인한 농업 생산성은 확실히 향상되었는데 왜 기아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팍팍 줄지 않는지 말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기술이 인류의 복지에 크게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정말 그 기술이 최종적인 문제 해결의 수단인지이다. 인류에게는 정치, 경제와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가 있기 때문에 기술이 최종적 해결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점까지 덧붙인다면, 고등학생으로서는 어마어마한 통찰력을 보여줄 수 있다.
이와는 다르게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하버-보슈법 개발 이후에도 농법, 농기계, 종자 등의 기술도 발전했기 때문에 농업 생산량이 늘어났을 것이므로 이 기술들이 서로 영향을 미쳤는지, 서로 어떻게 보완되어 농업 생산량이 늘었는지도 따져 볼 수 있다. 어처럼 기술 사이의 관계가 인류 복지에 미친 영향, 인류의 문제를 해결한 과정도 좋은 주제일 수 있다.
◇ 탐구 대상을 다루는 방법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성적을 중시하지만, 평가자가 교과 성적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지적 능력을 학생부 특기사항에 기재된 탐구 활동에서 찾아보고자 하는 전형이다. 그래서 학생 스스로 대상을 지적으로 다루는 연습을 꾸준히 해서, 그러니까 탐구 활동을 해야 할 때마다 대상을 지적으로 다루면 대학이 원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대학이 원하는 학생이 실제로 되면 된다.
고등학생 입장에서 대상을 지적으로 다루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대상을 비교하거나 특정한 원리와 개념을 적용해서 분석하는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보자면, 비교는 질소 비료 생산량, 농업 생산량, 인구수가 해마다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함께 두고 살피는 방법이다.
이와는 다른 방식의 비교도 있다. 두 가지 이상의 대상을 특정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어떤 특징을 갖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질소 비료는 하버-보슈법을 기반으로 생산하는 과정과 이 기술 이전에 쓰인 칠레 초석으로 생산하는 과정을 비교해 본다면, ①필요한 재료, ②재료를 얻는 방법, ③재료를 질소 비료로 합성하는 원리, ④비료 제작 비용, ⑤질소 비료 생산량과 속도 등을 기준으로 두 과정의 특징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두 과정의 장단점, 의의와 한계를 제시할 수 있다.
두 번째 적용의 한 방법은 하버-보슈법에서 암모니아가 합성되는 과정을 화학 평형, 르샤틀리에 원리, 촉매, 반응 속도, 수율 등의 개념을 이용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이처럼 적용을 할 때에는 교육과정에 담긴 원리와 개념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대학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 중 하나는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했는지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에 등장하는 원리와 개념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특정 대상을 설명해냈다면, 그만큼 교육과정을 이해했다는 뜻이다. 적용에서 사용할 원리와 개념을 교육과정에만 한정할 이유는 없다.
필요에 따라서는 여러 경로로 이해한 원리와 개념으로 대상을 설명하거나 분석할 수도 있다. 기술 개발로 식량 증산이 됨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해서 기아가 발생하는 현상을 ‘사다리 걷어차기’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를 현재 선진국들은 관세를 바탕으로 한 보호무역으로 부를 쌓았음에도 저개발국가들의 관세는 무력화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협정을 맺도록 저개발국가에 압력을 넣는 등으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제까지의 얘기를 정리하자면 핵심은 이것이다. 특정한 대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다루어서 핵심적으로 전달하고 하는 바(주제)를 결정하는 과정이 탐구이다.
출처: 문성준 입시투데이 컨설팅학원 입시컨설팅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