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사상 첫 문‧이과 통합 수능의 성적표로 임해야 했던 2022학년도 정시모집은 이른바 ‘이과의 문과 침공’으로 뒷말이 많았다.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자연계열 수험생이 지원한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았고 이에 인문계열 수험생은 예년에 비해 더 높은 경쟁률과 합격선을 뚫어야만 했던 것. 이러한 경향은 특히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실제 서울대의 교차지원은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까. 서울대의 경우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려면 제2외국어/한문영역을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다른 상위권 대학에 비해 교차지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진학사가 합격예측 및 점수공개 서비스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4명 중 1명은 자연계열 수험생이었다.
○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 서울대 교차지원 내다보고 제2외국어/한문 응시
통합수능이 실시되기 전인 2021학년도에는 자연계열 수험생(수학’가’+과탐 응시자)의 경우 제2외국어/한문영역에 응시하지 않더라도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로 교차 지원할 수 있었다. 서울대가 인문계열 모집단위의 수능 응시영역 기준을 ‘국어, 수학(나),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탐구, 제2외국어/한문’ 또는 ‘국어, 수학(가), 영어, 한국사, 과학/사회탐구’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대는 통합 수능이 치러지는 2022학년도에는 인문계열 수능 응시영역 기준을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 제2외국어/한문’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제2외국어/한문영역을 필수로 응시해야 했다.
진학사 정시 합격예측 서비스를 이용해 서울대에 모의 지원한 자연계열 수험생(과탐 응시자) 가운데 제2외국어/한문을 응시한 수험생의 비율은 28.06%다. 이는 전년도 2.2%에 비해 상당히 증가한 수치이다. 상위권 대학 중 정시에서 제2외국어/한문영역 성적이 필요한 곳은 서울대 인문계열이 유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8%의 수험생은 수능 원서를 접수할 때 이미 서울대 인문계열로의 교차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고 볼 수 있다.
○ 서울대 인문계열 지원한 점수공개 이용자, 넷 중 하나는 자연계열
그렇다면 모의 지원을 넘어 실제로 교차 지원까지 이어진 경우는 얼마나 될까. 진학사 점수공개 서비스 이용자를 기준으로,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한 수험생 중 자연계열(과탐 응시자)의 비율은 2021학년도에는 0%였으나 이번 2022학년도에는 27.04%로 크게 증가했다. 연세대 및 고려대의 45.90%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이지만 제2외국어/한문영역이라는 장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4명 중 1명 이상이 자연계열 수험생이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진학사는 “그동안은 자연계열 수험생이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로 지원 가능했음에도 이공계 선호 등의 이유로 지원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통합수능의 영향으로 자연계열 학생들이 수학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짐에 따라 교차지원이 빈번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이과생의 교차 지원 러시, 2023학년도에도 이어질까?
이와 같은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에는 서울대가 정시에서 교과평가를 반영함에 따라 그 비율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서울대는 2023학년도부터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뿐만이 아니라 교과평가를 별도로 실시해 모집단위 관련 학문 분야에 필요한 교과이수 및 학업수행의 충실도를 평가한다. △교과 이수 현황 △교과 학업성적 △학생부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이 평가요소가 되기 때문에 아무런 맥락 없는 교차 지원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사회 교과 이수단위가 상대적으로 적은 자연계열 학생이 교과 이수 현황의 불리함을 안고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기가 다소 부담스러워지는 것.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2023학년도 정시에서도 많은 자연계열 학생들이 서울대 교차지원을 기대하겠지만 이번(2022학년도) 정시가 통합 수능이 적용된 첫 해였다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2023학년도에는 서울대 정시 선발 방법이 변경되어 교과평가가 반영되면서, 자연계열 학생들이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할 경우 교과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줄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출처: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20209105448676369&titleGbn=&page=1<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