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 수능 영어, 만만하게 봤다간 합격→불합격 뒤바뀐다
By. 관리자
2021-06-01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다. 상대평가로 치러지는 국어나 수학 영역과 달리 일정 수준 이상의 원점수만 확보하면 정해진 등급을 받는다. 등급별 점수 구간 내에 속하기만 하면 결과값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고득점을 목표로 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한정된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영어 학습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치러진 2번의 모의고사 결과, 영어영역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은 비율이 과거에 비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수능 영어영역을 만만하게 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수시 전형은 물론 정시에서도 영어영역 때문에 당락이 뒤바뀌는 결과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 영어는 1등급 따 놓은 당상? 3,4월 학평 결과는 딴 판
수능 국어, 수학, 탐구 영역은 상대평가에 기반해 등급이 산출된다. 표준점수에 따른 백분위가 상위 4% 이내이면 1등급, 상위 4~11%이면 2등급이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다른 경쟁자가 더 잘 하면 등급이 밀릴 수 있다. 반면 절대평가로 등급을 산출하는 영어는 본인의 원점수가 몇 점인지만 고려하면 된다. 원점수 90점 이상은 1등급, 80~89점은 2등급을 부여하는 식이다. 수능 영어가 다른 과목들에 비해 상위 등급을 받기 수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 영어영역에서 상위 등급을 받는 것이 쉬울까. 올해 3, 4월 모의고사에선 그렇지 않았다. 3월 모의고사는 1등급 비율이 3.67%에 머물러 상대평가 영역의 1등급 비율(4%)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4월 모의고사에서도 1등급 비율은 6.06%로 과거 3개 년 4월 모의고사 결과와 비교해 가장 낮은 모습을 보였다. 올해 3, 4월 모의고사에서 영어영역은 대체로 어렵지 않았다는 평이 주류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낮은 성취도를 보인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영어 학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표] 연도별 영어 1, 2, 3등급 성취 비율 비교-3, 4월 모의고사 및 수능
○ 수능 개편… 올해 수시 수능 최저 충족에 영어 역할 크다
수시에서 수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 기준은 대학마다 다소 다르지만, 숭실대 학생부우수자전형, KC대 간호학과, 차의과학대 약학과 등 극히 일부 전형이나 모집단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최저학력기준에 영어를 포함하고 있다.
올해는 수능 개편으로 수학영역 중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우수한 등급을 받기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이로 인해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절대평가인 영어는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표] 2021학년도 서울지역 일부 대학 학생부교과전형 수능최저학력기준
○ 정시에선 반영비율이냐, 가․감점이냐 중요
정시모집에서 수능 영어 성적을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에 영어를 포함시키는 방법과, 반영 비율에서는 배제하고 총점에 가산 또는 감산을 하는 방법이다. 수능 반영 비율에 영어를 포함시키는 대학은 △경희대 △연세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이며, 가감점을 활용하는 대학으로는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점이나 감점을 부여하는 경우 등급별 점수 편차가 크지 않아 영어의 영향력이 작은 편이지만, 영어영역을 일정 비율로 반영하는 경우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가․감점을 부여하는 경우라도 등급 간 점수 차이가 클 경우 내 점수의 유․불리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그동안 70%를 유지해오던 EBS 교재의 수능 연계율이 올해 50%로 낮아지고, 특히 영어 문항은 모두 간접연계 방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단순히 EBS 연계교재만 달달 외우는 공부론 안 된다”면서 “절대평가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소홀하기 쉬운 영어 영역이지만, 올해는 영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