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11일 종료된 ‘2021학년 일반대 정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경쟁률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2017학년부터 2019학년까지 일반대는 정시모집에서 5대 1 이상의 경쟁률을 안정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2020학년 4.58대 1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56대 1로 크게 경쟁률이 하락했다. 최근 2년 새 연거푸 경쟁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정시 경쟁률 하락은 ‘지역’과 관계없이 전국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권, 수도권, 지방권으로 대학들을 분류한 결과 세 권역 모두 경쟁률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3 학생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은 ‘역전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학령인구가 2년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모집인원 확대도 경쟁률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정시확대’를 요구해 일부 대학이 정시 모집인원을 늘린 점, 올해 학령인구 감소와 수능 결시율 증가로 수시이월이 예년 대비 늘어난 점 등이 겹쳐지며 올해 정시 모집인원은 11만9067명으로 전년 10만5734명 대비 1만3333명 늘어났다. 학령인구가 동일하다 가정하더라도 모집인원이 늘어나면 경쟁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학령인구 감소에 모집인원 확대가 동반된 이상 경쟁률 하락을 피할 방법은 없다.
다만 ‘in서울’이란 명칭으로 불릴만큼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권 대학들의 사정이 그나마 나았다. 서울권 대학들의 정시 경쟁률은 지난해 5.56대 1에서 올해 5.08대 1로 하락했지만, 다른 권역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었다.
수도권 대학의 상황은 서울권 대학에 비해 좋지 못했다. 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을 기준으로 수도권 대학들의 경쟁률을 집계한 결과 4.8대 1로 서울권보다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 확인됐다. 본래 수도권 대학들은 2019학년만 하더라도 6.5대 1로 서울권 대학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2020학년에도 5.63대 1로 서울권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실시된 2021학년 정시모집 원서접수에서는 서울권에 비해 더 큰 하락폭을 보이며 차이가 벌어지게 됐다.
다만 서울·수도권은 올해 학령인구 감소와 수시이월 확대 등으로 경쟁률 하락이 예견되던 상황에서 ‘선방’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정시모집에서 신입생 선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경쟁률이 낮아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경기대(서울캠)이 12.32대 1을 기록한 것을 필두로 중앙대(서울캠) 10대 1, 서경대 8.81대 1, 홍익대(서울캠) 8.16대 1 등 경쟁률이 높은 대학들도 대부분 서울·수도권에 집중됐다.
진짜 문제는 ‘지방대’다. 올해 7만3412명을 모집한 지방권 대학 정시모집에는 19만7251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경쟁률로 보면 2.69대 1에 불과하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9개 대학이 소재한 전남은 3124명 모집에 5335명이 지원하는 데 그치며 1.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경북은 2.03대 1, 경남은 2.2대 1, 울산은 2.22대 1, 광주는 2.23대 1, 부산은 2.37대 1을 기록하는 등 6개 지역이 2.5대 1을 밑도는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서울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대학은 그간 상대적으로 서울·수도권에 비해 낮은 경쟁률을 보여왔다. 일반대 전체 경쟁률이 5대 1을 넘나들던 2017학년부터 2019학년까지 지방대 경쟁률은 4대 1 초중반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지방대 경쟁률이 서울·수도권에 비해 낮은 것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란 얘기다.
다만, 그 정도가 예년에 비해 더욱 심각해져서 문제다. 일반대 정시모집에서는 통상 3대 1을 ‘기준점’으로 본다. 1명의 수험생이 가군·나군·다군에 1개씩 총 3개 원서를 접수할 수 있다는 점, 차후 중복합격으로 인한 등록포기자가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3대 1 미만은 ‘실질적 미달’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중론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정시에 3개 대학을 지원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권 대학은 사실상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미달 대학들로 인해 평균값만 3대 1을 밑도는 것이 아니었다. 지역별 경쟁률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캠퍼스도 개별 대학으로 간주, 124개 지방대의 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이 중 57.3%를 차지하는 71개 대학이 3대 1 미만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 절반 이상이 정시모집에서 ‘실질적 미달’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심각성은 더해진다. 지방대학으로 분류된 대학들 가운데 44.9대 1을 기록한 GIST(광주과학기술원), 43.1대 1을 기록한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37대 1을 기록한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모집군과 관계없이 지원가능한 ‘군외대학’이기에 일반적인 지방대와는 궤를 달리한다. 이들 대학을 제외하면 지방대의 평균 경쟁률은 더 낮아지며, 전체 지방대 중 3대 1 미만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진다.
‘실질적 미달’을 넘어 실제 경쟁률이 1대 1을 밑도는 ‘미달 대학’도 대부분 지방에서 나왔다. 감리교신학대와 서울장신대, 루터대 등 서울·수도권에서는 ‘종교대학’만이 경쟁률 미달대학으로 분류됐지만, 지방에서는 경주대·광주대·호남대·동양대(영주캠)·김천대·신라대 등 종교대학이 아닌 대학들도 경쟁률이 1대 1을 넘기지 못했다. 이처럼 향후 신입생 선발 난항으로 ‘소멸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경쟁률 미달 대학은 지난해 7개교에서 올해 17개교로 2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이처럼 소재지에 따라 지원양상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점을 볼 때 향후에도 지방 일반대는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지방 소재 대학은 사실상 정시에서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서울·수도권 대학으로의 집중화현상이 더 가속화되면, 이같은 (미달) 상황은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