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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야 교수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By. 관리자

2024-09-27






  • 최나야 교수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인터뷰①)




    문해력은 글자를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사고력을 의미한다. 최근 영상 콘텐츠의 발달과 정보 과잉에 따라 아이들이 글을 읽고, 사고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문해력 저하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동기부터 체계적이고 균형 잡힌 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추세다. 


    최나야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문해력 저하 문제에 대해 “요즘에는 이른 나이에 지나치게 많은 걸 배운다”라면서 “다른데 집중하다 보니 정작 성장에 있어 중요한 행동들을 다 충족하지 못하면서 자라나고 있다.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중 하나가 바로 문해력 문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에듀는 최나야 교수와 함께 아동기 문해력·어휘력 발달의 중요성과 이를 증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최나야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 장희주 기자.

    ▲ 최나야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 장희주 기자.





    ─ 최근 책 <내 아이를 위한 어휘력 수업>을 통해 아동기 어휘력 발달을 강조했죠. 이유가 궁금합니다. 


    “문해력은 평생에 걸쳐 중요하지만, 유아기와 학령기에 그 토대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문해력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 즉, 마태효과(Mattew Effect)가 강력하게 나타나는 영역이라 초기 아동기의 기초가 튼튼해야 해요. 이때 문해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어휘력’이므로, 아동기 어휘력 발달이 중요한 거죠. 특히 이 시기 어휘력이 잘 발달한 아이는 단순히 남보다 단어를 더 많이 아는 것(폭)이 아니라, 하나를 알아도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깊이) 알며, 무엇보다 새 단어를 습득하는 기술과 속도가 다르다는 게 큰 차이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어휘력이 더 탄력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거죠.”



    ─ 어휘력이 문해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어휘력이 문해력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 문해력의 큰 일부가 어휘력이라고 봐야 합니다. 어휘는 말을 부릴 때의 재료예요. 마치 식재료와 요리의 관계처럼 말의 재료 자체가 없으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우리가 영어 문법을 아무리 공부해도 영어단어를 모르면 영어 화자의 말을 알아듣지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말을 구사할 수도 없는 것처럼 모국어에서도 어휘는 시작이자 핵심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문해력 저하 문제에 거론된 예시를 살펴보면, ‘사흘-삼일’, ‘심심한 사과’, ‘금일’, ‘우천시’, ‘중식’처럼 모두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입니다. 글을 읽을 때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단어여도 그 의미를 알고 있거나 적어도 맥락을 통해 유추해 낼 수 있는 사람은 다 읽고도 글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과 어휘력에서 큰 차이가 있는 거죠.”



    ─ 어휘력이 부족할 경우,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나요?


    “어휘력은 언어뿐 아니라 인지능력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알아가면서 늘어나는 지식은 수많은 어휘로 구성되어 있죠. 초등학교에 입학해 관습적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학습량이 증가합니다. 또래보다 어휘력이 부족한 아동은 학년별로 교육과정에 포함된 내용을 순조롭게 학습할 수 없어요. 수업을 똑같이 듣고도 내면에 받아들이는 양이 적죠.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학습도구어뿐 아니라 교과별로 전문적인 용어들이 대거 등장해요. 이때부터 공부가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은데 부족한 어휘력이 주요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국어뿐 아니라 사회, 과학, 수학까지 모든 과목이 탄탄한 어휘력이 필요합니다.”



    ─ 아이의 어휘력을 효과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요?


    “쉬우면서도 어려운 두 가지, 대화와 독서를 꼽겠습니다. 영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부모가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해요.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만 쓰는 것이 아닌 다양하고 세련된 어휘를 섞어 쓰고 반복해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요리나 청소 같은 집안일을 하거나 같이 물건을 사러 갈 때 나누는 대화가 아이의 어휘력 발달에 대단히 큰 영향을 줍니다. 


    또한 유아기까지 그림책 읽어주면서 풍부한 대화를 나누고, 아이가 독립적인 독자가 된 다음에도 책을 꾸준히 읽도록 지도하며, 대화 나누는 정도면 어휘력 발달에 문제가 없습니다. 굳이 어휘력 교재를 사서 지루하게 공부시킬 필요는 없어요.”



    ─ 보통 어휘력 활동이라고 하면, 놀이를 통한 단어 공부를 떠올리잖아요.








  • 최나야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 장희주 기자.

    ▲ 최나야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 장희주 기자.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놀이를 추구하고 암묵적인 방식(공부라고 느끼지 못하고 배우기)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놀면서 배우는 것은 가장 효과적입니다. 과제 기반 언어 학습(Task-based language learning)은 일상생활에서 무언가 실제적인 행동을 하는 동안 언어가 순조롭게 습득되는 원리에 기반을 두죠. 아이가 조리법을 보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식재료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고, 휴지심들을 색칠하고 붙여 미니카 주차장을 만들면서 새로운 낱말들을 배우는 것처럼요. 영유아기라면 이런 방식이 가장 좋습니다. 물론 놀이를 할 때, 대화에 신경 써주는 어른이 옆에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조건이죠.”



    ─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독서는 어휘력 발달에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영유아기에 부모와 그림책 함께 읽기도 초기 어휘력 형성에 대단히 중요하고, 학령기에 다양한 책을 꾸준히 읽는 것은 어마어마한 어휘력의 개인차를 가져옵니다. 책은 독해문제집의 짧은 지문과 달리 텍스트의 양이 꽤 많지요. 아동 독자가 처음 만나는 단어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20% 정도까지 몰라도 괜찮아요.) 다행히도 책에서는 앞뒤의 맥락과 함께 단어가 쓰이기 때문에 독자는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유추하는 경험을 하며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사전을 안 찾고 대강 넘어간다고 무시할 행동이 아니에요. 이런 유추를 통해 자기도 모르는 새에 수많은 단어를 빨아들이게 되고, 어휘를 다루는 기술이 생깁니다. 어렴풋이라도 책에서 본 단어를 다시 접한 아이와 처음 접한 아이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 앞서 부모와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했죠. 그렇다면 부모가 일상에서 어떤 식으로 대화를 유도하면 좋을까요?


    “부모와의 대화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유아기 몇 년 동안 부모가 자녀에게 쓰는 단어 개수의 차이가 계층 간에 3천만 개나 된다는 연구 결과가 유명해요. 고학력의 전문직 부모는 자녀에게 수준 높고 세련된 단어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요. 그게 고스란히 아이의 어휘력이 됩니다. 


    그렇지만 특별한 계획이나 유도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같이 식사나 등원 준비를 할 때, 함께 책을 읽거나 TV를 볼 때, 마트나 박물관에 갈 때 그 공간에서 쓸 수 있는 말들을 그냥 충분히 하면 됩니다. 보고 만지며 오감으로 느끼는 맥락에서는 단어 습득이 아주 쉽게 일어나거든요.


    다만 지금까지 대화가 충분하지 않은 부모-자녀 관계였다면, 변화가 필요하겠지요. ‘이건 뭐야?’, ‘***이/가 무슨 뜻이야?’처럼 아이의 어휘력을 직접적으로 테스트하고 정답을 바라는 질문만 하는 건 역효과를 부릅니다. 재미있는 퀴즈를 내는 정도는 흥미를 불러일으켜 괜찮아요. 짬이 날 때 끝말잇기나 같은 종류/비슷한 말 대기같이 말놀이를 하면 효과적입니다. 무엇보다 노는 시간이나 함께 책 읽는 기회를 만들어 보세요. 의도적으로 유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대화하게 됩니다.”



    ─ 이 외에도 가정에서 어휘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역할놀이(유아)와 TV 공동시청(아동)을 추천합니다. 병원 놀이, 시장 놀이, 미용실 놀이 등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사회극 놀이를 하며 상황에 맞는 수많은 낱말을 자연스럽게 다루게 되어 효과적인 어휘 습득이 이루어집니다. 아이 혼자 쇼츠 같은 짧은 영상을 보게 하지 마시고, 좋은 TV 콘텐츠를 골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시청하며 대화해 보세요. 화면을 보면서 내용에 관해 설명과 질문, 대답을 주고받다 보면, 아이의 이해력도 향상되고 많은 단어를 학습하게 됩니다. 

    또한 가정용 벽 칠판에 단어와 그림을 함께 제시하며 목록을 만들거나(예: 가구의 종류, 곤충의 종류 등), 거미줄처럼 연결된 도식(예: ‘가을’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단어들을 묶고 선으로 연결하기. 가을 음식, 가을에 가고 싶은 장소, 가을에 있는 중요한 날 등)을 그리면 어휘력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주일에 3개 정도는 단어장에 기록하는 것도 좋아요. 처음 듣거나 책에서 본 단어를 골라 추측한 뜻과 사전에서 본뜻을 쓰고, 비슷한 말과 반대말을 적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예문을 하나씩 만들어 보기를 꼭 추천합니다.”
    출처: 장희주 조선에듀 기자/
    https://edu.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9/23/202409238019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