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대입 개편 시안 제대로 뜯어보기
By. 관리자
2023-10-31
지난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8 대입 개편 시안은 내신 5등급 체제와 수능 과목 체계 개편이 주요 골자다. 이로써 내신과 수능 모두 상위권 대학의 입학 전형에서 변별력이 약화된다. 상위권 대학들은 약화된 내신과 수능의 변별력을 보충하기 위해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학생부 정성 평가나 면접을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것이 2028 대입 개편 시안이 주는 핵심 의미다.
◇ 수능의 변별력 약화와 정시 전형의 변화
수능 영역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 제2외국어/한문이다.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은 2028학년도에도 사실상 변화가 없다고 봐도 된다. 문제는 국어, 수학, 탐구다. 현행 수능은 이 세 영역에서 과목을 선택해서 치르고 있다. 그래서 수능에서 선택한 과목만 보아도 수험생이 인문계열을 지원할지, 자연계열을 지원할지를 알 수 있다. 중상위권 대학들의 자연계열은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수학에서는 미적분이나 기하, 탐구에서는 과학 과목들을 선택해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8 수능부터 과목 선택이 없어지고, 특히 탐구 과목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므로 수능으로 자연계열 대학 전공을 공부할 기초 능력이 있다는 걸 보증하지는 못하게 됐다. 이것이 수능 변별력의 약화다.
예를 들어, 의대 입장에서 생명과학 과목들(생명과학,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이 입학하면 교육하기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약대는 화학 과목들(화학, 물질과 에너지, 화학 반응의 세계), 공과대학의 여러 학과는 물리학 과목들(물리학,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을 교육하기 꺼릴 것이다. 그래서 현재 수능 만점이라 하더라도 수학에서 미적분이나 기하, 과학에서 두 과목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이 의약계열과 공대에 진학할 수 없는 것처럼, 2028 이후에도 대학들은 과학 과목들을 충실하게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을 자연계열에서 선발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2028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 되므로 대학들은 정시 수능 중심 전형에서 수능 외의 전형 요소를 추가할 것이다. 물론 현재도 수능 선택과목과 무관하게 선발하는 중위권 이하 대학에서는 수능 외 전형 요소를 추가할 이유는 없다. 대학들이 정시 수능 중심 전형에서 추가할 수 있는 전형 요소는 학생부 정성 평가나 면접이다. 학생부 정성 평가로 이수 과목, 이수 과목 성적, 특기사항으로 과학 과목과 수학 과목들을 충실히 이수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또한, 면접은 과학 과목 중 일반 선택과목과 진로 선택과목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는지 묻는 방식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 면접은 수험생들이 지원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므로, 면접을 시행하게 될 대학은 의약계열과 최상위권 대학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교육부의 발표에서 수능 선택과목으로 심화수학(기하, 미적분Ⅱ)을 절대평가 하는 방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심화수학이 도입되면 이것으로 자연계열을 준비한 학생임을 확인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전공에 필요한 기초 과학 개념을 이해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
◇ 내신 변별력의 약화와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의 변화
내신 5등급 체제에서 1등급은 상위 10% 학생이다. 현행으로 보면 거의 2등급까지 포괄하는 범위다. 10%가 1등급이 되면 모든 상대평가 과목들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교과 성적이 1.00인 학생 중 누구를 선발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수능 최저기준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수시에서는 수능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전형 요소로 사용할 수 없고 등급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최종 변별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능 최저기준을 높이든 말든 또 다른 전형 요소가 필요하다. 교과 성적의 비중은 높되 20~40%를 학생부 정성 평가로 반영하는 방법이다. 정성 평가의 장점은 수능만으로 자연계열 대학 전공을 공부할 준비가 돼 있는지 판별할 수 없으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고, 같은 1.00이라 하더라도 학업역량과 전공역량이 우수한 학생을 골라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방법은 면접이다. 면접은 역시 전공계열에 필요한 기본 개념을 묻는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1.00의 학생 중에 골라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대학에게나 있을 법하다. 현재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의 컷트라인이 1점대인 대학들이 도입할 때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미 상당수의 상위권 대학들은 학생부 정성 평가를 도입하거나 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부교과전형은 아주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의약계열의 경우 학생부 정성 평가와 MMI와 같은 면접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어, 의약계열 학생부교과전형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수시와 정시의 학생부종합전형화가 주는 의미
앞서 살펴본 것처럼 수시 학생부교과전형과 정시 수능 중심 전형에 학생부 정성 평가라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요소가 더해진다면, 수시와 정시 모두가 학생부종합전형화 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논술 전형을 예외다. 논술 전형은 전공에 필요한 기본 개념과 사고력을 이미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화는 고교생들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는 1학년이나 2학년 때 내신 경쟁에서 밀리면 논술 전형이나 수능 전형으로 전략을 바꾸고, 심지어는 재수까지 감수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려 한다. 그런데 2028학년도 대입부터 논술 전형은 학생부에서 전망이 없는 학생들과 재수생들의 ‘살길’이 될 터인데, 입학 정원을 많이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므로 실로 ‘바늘구멍’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교과 성적과 학생부 특기사항을 충실하게 관리하는 방법이 수시에서나 정시에서나 필요한 일이 된다.
이는 고교생들이 약 3년 동안 교과 성적, 학생부 특기사항, 수능 세 가지 모두를 관리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고교생들의 심리적 부담을 가중하게 된다. 그나마 교과 성적이 5등급 체제이므로 9등급 체제보다는 다소 부담이 덜어지고, 수능의 시험 범위도 약간 줄어들게 되므로 실제 부담이 아주 커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는 3학년 때 절대평가를 하는 진로 선택과목을 많이 이수해서 내신 경쟁이 줄어들지만, 2027년도 3학년부터는 모든 과목이 5등급 상대평가이므로 5학기 내내 꾸준히 내신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일 수 있다.
◇ 고교 선택에서 고려해야 할 점
결국, 현 중학교 2학년 이하의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의 관심은 2028학년도 이후 대학입시에 유리한 고등학교는 어디인가에 쏠린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내신 9등급이 5등급 체제로 바뀌면서 대학입시가 자사고와 특목고에게 유리해진다고 한다. 어느 고등학교가 유리한가를 고교 유형별로 따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여기에 그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028학년 이후 대입의 큰 경향은 ‘학생부종합전형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진학을 많이 하는 고등학교에 주목해야 한다.
현행 블라인드 평가가 유지된다는 전제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생부 관리 수준이 높은 고교가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유리하다. 특목고(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는 현행 블라인드 평가에서도 높은 수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 고교 출신들이 거의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한다는 점에서 볼 때, 특목고는 2028학년도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학생부종합전형의 정원이 는다면 이들 학교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더 열린다고 볼 수 있다.
자사고는 다소 학교 특성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단위 자사고 중에서 수준 높은 과목들을 다양하게 편제한 경우는 현재에도 높은 수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학교들은 2028학년도 이후에도 좋은 대입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광역단위 자사고 중에서도 일반고와는 차별적인 과목을 운영하고 학생부 관리를 잘하는 학교들은 현재에도 수시 결과가 좋다. 이 또한 2028학년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부 전국단위 자사고와 상당수의 광역단위 자사고 들은 수시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고 정시 결과가 상당히 좋다. 이러한 ‘정시형’ 자사고들에서 학생들이 1학년 내신 경쟁에서 뒤지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조기에 수능 대비로 돌아서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2028학년도 정시에서 상위권 대학들이 학생부 정성 평가를 도입하면,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교육과정이 일반고와 다를 것도 없는 자사고는 현재와 같은 학생부 관리로는 정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은 강남과 광역시의 ‘명문고’들도 마찬가지다.
일반고는 의약계열과 최상위권 대학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능 최저기준이 높아지거나 면접이 강화되면 아무래도 일반고 학생들의 합격률이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학생부 경쟁력이 특목고나 교육과정에 특색이 있는 자사고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부 일반고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매우 우수한 결과를 내고 있다.
여기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특목고나 수시 실적이 꾸준히 좋은 자사고 학생에게 유리해지는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로 현재 내신 성적을 위해 일반고로 진학한 학생들이 특목고나 자사고로 몰리면, 특목고와 자사고의 유리함을 상쇄할 수도 있다. 학교 내부에서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이라 하더라도 대학이 무턱대고 선발할 리는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학생부종합전형화하면 고교가 이에 적응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체로 특목고와 자사고의 적응이 빠른 편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수시 경쟁력이 약한 자사고가 얼마나 빠르게 2028학년도 이후의 대입에 적응하느냐가 고교 선택에서 고려할 사항이 된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성과를 내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을 고려하되, 장기적으로는 앞으로의 학생부종합전형의 성과를 참고해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정답은 없다. 고교의 경쟁력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출처: 문성준 입시투데이컨설팅학원 학습전력연구소 부소장/
https://edu.chosun.com/site/data/html_dir/2023/10/30/2023103080065.html?main_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