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내신 절대 평가 발표, 더 이상 뜸 들일 일 아니다
지난달 국회교육위의 강득구 의원은 고교내신과 수능을 절대 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한 교육 관련 시민단체는 ‘상대평가 위헌 선언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간의 경과를 보면 현 중2학년 학생부터 전면 적용되는 고교학점제에 맞춘 고교내신 절대 평가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졌고, 수능의 내용 또는 평가방식에도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하지만 2월 중에 발표 예정이던 내신절대 평가의 구체적인 계획은 올 6월 중으로 발표가 미뤄진 상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의하면 고교 2학년 이후 배우게 되는 과목은 대부분 선택과목(일반·진로·융합)으로 5단계 절대 평가 방식이 적용된다. 교육과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올해 중2가 고2가 되는 해당 연도의 내신과목 평가는 절대 평가로 전환되는 것이다. 내신 절대 평가를 고1부터 적용할 수도 있다는 교육부 장관의 지난 인터뷰가 일파만파를 일으켰지만, 이는 아직 미정인 상태다.
최근 교육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연차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등이 미흡 판정을 받았다. 교육부는 개별대학 평가 결과에 대한 세부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입학전형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반영해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고, 평가의 공정성을 높인 대학에 정부가 3년간 재정지원 해주는 사업이다. 미흡 대학은 사업비가 20% 감액 조정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실시하는 추가 컨설팅을 받게 된다.
특히 서울대의 미흡 판정은 교육계 종사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당장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을 완화하려는 교육 당국의 방침, 즉 수능 지정과목 폐지에 따르지 않은 것을 염두에 둔 괘씸죄라는 말도 나왔고, 정시에 학생부종합평가를 넣어서 수험생의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 판정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고려대의 논술 부활도 마찬가지로 논술전형 축소 흐름을 뒤집는 역주행이라 이와 동일한 맥락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새 정부는 ‘대학 자율화’를 교육정책의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전 정부와 큰 차별화 포인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입시와 관련된 정책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교육당사자인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입시가 또 한 번 정치에 매몰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만약 여론의 향방에 밀려 교육정책의 원칙이 흔들린다면 수험생들의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전 정부에서 만든 문·이과 통합형 수능으로 수험생도 대학들도 힘들어한다. 이과생의 문과 침공을 방지하기 위해 수능지정과목을 폐지한다고 하지만 수학·과탐 가산점을 선택한 대학들이 많아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결국 땜질식 대책으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이와 상충되는 고교유형도 어느 정도 정리하거나,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여전히 미지수다. 또 미래형 수능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바꿀 것인가. 현장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물음은 해소되지 않은 채, 카더라 통신과 근거 없는 억측만 난무한다.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입시정책은 없을 것이다. 어떤 정책도 어느 한 일방에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기다리다 지쳐가는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해서라도 교육 당국의 빠른 발표를 기대한다.